비를 가르며 펼치는 곡예…'쇼의 끝판왕'이 온다

입력 2023-10-25 18:04   수정 2023-10-26 01:07


천장에서 소나기 같은 물줄기가 쏟아진다. 곡예사는 줄에 매달린 채 그 사이에서 춤을 춘다. 그 밑엔 여성 둘이 커다란 후프를 타고 굴러다닌다. 이들에게 후프는 몸의 일부 같다. 저 멀리 실물 크기의 재규어 인형은 살아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 아찔한 곡예와 환상적인 조명, 신비한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니 눈을 뗄 수가 없다.
○‘물’ 들고나온 태양의서커스
세계 1450개 도시에서 3억6500만 명이 관람한 ‘서커스의 제왕’ 태양의서커스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태양의서커스는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쿠자’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서커스단이다. 100만 명 넘는 사람이 이들의 공연을 국내에서 봤다. 올해 태양의서커스가 들고 온 작품은 ‘루치아’. 스페인어로 ‘빛(luz)’과 ‘비(lluvia)’를 합친 말이다. 멕시코 전설과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이번이 국내 첫 공연이다.

태양의서커스는 이번 작품에서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물’을 들고나왔다. 약 1만L의 물을 사용해 비와 바다, 세노테(마야인의 영적인 통로로 여겨진 천연 우물) 등을 표현했다. 이번 공연에서 사용하는 물은 여과 및 소독 과정을 거쳐 공연 내내 재활용된다.

그레이스 발데즈 예술감독은 “물을 사용한 퍼포먼스는 안전 문제와 기술적 어려움으로 웬만해선 쓰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스토리를 만드는 데만 10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무대는 공연 내내 변신한다. 낡은 영화 촬영장이 바다가 되고, 다시 연기가 자욱한 댄스홀로 바뀌고, 사막이 된다. 공연의 백미는 아찔한 곡예다. ‘후프 다이빙 온 트레드밀’ 장면에선 거대한 트레드밀 위에서 곡예사들이 지름 75㎝짜리 후프 사이를 통과한다. ‘아다지오’에선 남성 세 명이 여성을 마치 줄넘기처럼 돌리는 ‘핸드 투 핸드 액트’를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비틀거리는 구조물을 약 6m 높이까지 쌓아 올리는 곡예와 스트랩에 대롱대롱 매달려 물 위에서 원을 그리는 퍼포먼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품과 의상도 볼거리다. 멕시코 전설에 나오는 다양한 동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의상 1000벌과 140켤레의 신발이 등장한다. 실물 크기의 말, 재규어 인형뿐 아니라 뱀과 바퀴벌레, 악어 등에서 영감을 받은 괴물도 등장한다. 튜바, 트럼펫, 스페인 기타 소리는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흥겨움을 부른다.
○코로나 딛고 완벽 부활
태양의서커스는 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됐다. 전성기 시절 관객 수가 미국 브로드웨이 쇼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지만 코로나19 앞에 무릎을 꿇었다. 2020년 초 모든 쇼가 중단되자 파산 위기에 처했고, 직원의 95%를 해고했다.

결국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TPG캐피털과 중국 푸싱그룹은 태양의서커스에 돈을 빌려준 미국과 캐나다 채권자에게 회사를 넘겼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잦아들자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팔린 티켓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판매량보다 많았다.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서커스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44개국에서 공연이 재개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공연 시장이 성장해가는 걸 느낀다”며 “세계가 사랑하는 한국 문화를 담은 서커스 쇼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들여온 마스트인터내셔널의 김용관 대표는 “루치아는 멕시코관광공사가 ‘멕시코 문화로 공연을 만들어달라’고 직접 제안했다”며 “한국 문화도 충분히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연말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열린다. 벌써 9만 석을 판매해 1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공연 ‘뉴 알레그리아’의 두 배에 달한다. 서울 공연이 끝나면 부산(내년 1월 13일~2월 4일)에서 무대를 올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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